7월 31일, 일요일.
베트남 넷째 날 (무이네 셋째 날)
조용하게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해변을 거닐 마음으로 6시경 해변으로 나가봤다. 상상과는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는데 수십 명의 인파가 (호텔 private beach 규모를 고려할 때 많은 규모이다) 아침 수영을 즐기고 있더라.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가족단위로 놀러 온 베트남 사람들로 보였는데, 하긴 여기 사람들은 한낮의 더위를 피하여 5시부터 출근 준비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부지런하다. 그래서 뚱뚱한 사람들 없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어 도로 상황은 어떨까?
이 시간에는 편의점을 제외하고는 모두 문이 닫혀있다. 아직 관광객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서 낮에도 문을 닫은 가게가 다소 눈에 띈다.
조식은 6:30분부터 10:00까지인데 어제 지프 투어를 마치고 8:30분에 갔을 때 온전한 음식들이 없었기 때문에 오늘은 일찍 식사를 하려고 한다. 이른 시간부터 파도를 즐기며 대낮같이 수영을 하고 있는 저 수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식사를 하러 오면 큰일이다.
아들을 깨우러 간다.
다행히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불상사는 없었다. 조식 패키지가 아닌 것으로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다. 조식 사진은 없는데 작지만 있을 것은 다 있었다. 샌드위를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바게트, 식빵, 슬라이스 햄/토마토/치즈/샐러드가 있었고 볶음밥 또는 볶음면, 커피, 과일주스, 열대과일, 얼음.. 그리고,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쌀국수와 달걀 요리 (오믈렛 또는 달걀 프라이).
어제는 서비스인 줄 알았던 요구르트도얼음 박스 안에 수북이 담겨있었다.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은 플레인인데 새콤한 맛이 살짝 돌아 정말 맛있다. 원활한 푸푸를 위해 와이프는 3개를 드셨다.
첫 일과는 롯데마트이다. (정확하게는 롯데마트 화장실)
준비를 마치고 호텔 프런트에 택시 호출을 부탁했다. 영어로 이야기해야 할 건은 모두 아들에게 일임하였는데 잘한다.
롯데마트 도착. 마일리 기사가 내릴 때 언제 호텔로 갈 거냐고 물어보는데 판티엣은 Grab으로 차를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시간 약속은 하지 않았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릴랙스하는 휴가 정신에 위배된다.
베트남 롯데마트 주차장은 오토바이 전용 주차장이 있다. 베트남 사람들 대부분의 교통수단이 오토바이이기 때문에 당연히 필요한 시설이다.
1층 카페에서 시원하게 밀크티와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는 동안 와이프는 푸푸를.. 무이네를 떠나는 그날까지 루틴이 되었다. 롯데마트 6층에 숙박시설이 있다면? 방갈로의 숙박시설의 화장실 문제가 어처구니없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순간이다.
롯데마트 5층에는 두 끼 떡볶이가 입점해있다. 아직은 한식이 생각날 정도는 아니라서 pass. 현지인들도 자리가 꽉 차있다. K-food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매장 내에 우리나라 마트처럼 덮밥, 초밥, 치킨, spring roll 등의 베트남 음식을 포장해서 팔고 있는데 다른 부분은 테이블과 전자레인지가 있어서 구매하고 그 자리에서 먹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우리는 스프링롤 한 개 맛만 보기로.
2시간이 후딱 지나 점심을 먹으러 다시 보케 거리로 가는 Grab을 불러 이동한다. 목적지는 해산물을 먹을 수 있는 "무이네 888" Hot stone stake가 유명한 "Swiss house".
두 집이 서로 길 건너편으로 일단 가서 메뉴 선택하기로 하고 이동.
도착해서 보니 무이네 888은 일부 후기가 안 좋은 것도 있고 해서 점심은 swiss house에 가기로 했다.
사장님은 스위스 분이신데 내 옷을 보더니 뒷덜미에 쓰여있는 RF 로고를 보고 로저 페더러라는 스위스 테니스 선수를 아냐고 물어본다. 손수 핸드폰으로 검색해서 얼굴을 보여줘 알았다. 이 사람의 로고였단걸.
그리고 Roger Federer 로고에 얽힌 일화도.
나이키와의 로고 소유권 분쟁이 2020. 12월에 끝나고 유니클로에게 10년간 3300억에 계약되었다고 한다.
로저 페더러가 온 것도 아닌데, 여기까지 하고.
주문을 해야지.
우선 스위스 하면 퐁듀, 그리고 핫스톤 stake, 라자냐 (이탈리아 요리. 파스타 일종), 사이공 그린.
스위스 사장님께서 알려주신 퐁듀 먹는 방법.
1. 접시에 후추를 갈아서 흩뿌려 놓고
2. 긴 포크로 바구니에 있는 조각 빵을 꾹 눌러 치즈를 묻힐 때 빠지지 않도록 깊게 관통시키고
3. 정당히 녹은 치즈 냄비에 넣고 휘휘 저어 치즈를 묻히고
4. 갈아 놓은 적당량의 후추를 찍어 입으로.
끓일수록 걸쭉해지는 치즈가 먹을 때마다 새로운 맛을 더해준다.
뒤를 이어 핫스톤 스테이크가 나오는데 두툼한 소고기가 바짝 달궈진 돌 위에 얹혀 나오는 스테이크이다. 취향에 따라 medium으로 또는 well done으로 드시면 되겠다.
라자냐는 다진 고기와 넓적한 파스타면을 겹겹이 쌓은 후 오븐에 구워낸 요리인데 이것 역시 맛있다.
핫스톤 스테이크 3인+퐁듀+라자냐+음료 (어른용과 학생용) 이렇게 먹고도 1,385,000동. 7만 원 정도. 난 여기서 살 수 있다.
먹었으니 주변을 둘러보아야겠다. 트리플에서 관심 장소로 등록해 놓은 Ham Tien market 으로 가본다. 시장 구경은 빠질 수 없지. 마일린을 잡아타고 보케 거리 끝자락에 있는 Ham Tien market으로 간다. 원래는 어제 마사지를 받고 나서 가려고 했던 장소인데 사장님께 물어보니 지금 시간엔 닫은 가게가 많을 것이라고 해서 오늘 가려고 한다.
시장 도착. 오후 3시.
시장 Logo 가 잘 보이도록 입구에서 사진을 찍고.
입구로 들어서는데 왠지 불빛이 안 보인다. 밖이 너무 밝아서 밝은데 있다가 어두운 곳으로 들어갔을 때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일까? 기다려도 기다려도 이미 내 안구의 조리개는 어둠에 익숙해질 만큼 확장되었건만 역시 어둡다. 오직 한 소년만이 빈 가게에서 핸드폰을 보고 있다. 이 또한 여행의 즐거움 아닐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을 때의 이질감도 느끼는 것이 여행이지.
그런데 갑자기 목이 마르다. 베트남의 첫 시장 구경에 대한 기대감이 분출되지 못하고 목에 걸렸나 보다. 바로 옆에는 꽤 큰 (우리나라 GS 슈퍼 정도 규모) 마트가 있다. 베트남 하드 한 개씩 물고 왔던 방향으로 다시 돌아간다. 튤립 스파 사장님이 "이 시간에는(오후 6시쯤이었다) 연 가게가 없을 것이다"라고 해서 점심 먹고 3시에 왔는데 더 일찍 왔어야 했나 보다. 뜨거운 태양을 맞으며 걸어서 돌아오는 길에는 택시도 없다. 이 또한 여행의 묘미 아니겠나. 그동안 더워서 잘 걸어 다니지도 못했는데 좀 걸어보자고.
20분 정도 걷다가 길가에 차를 세워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운전기사도 쉬는 것 같았음) 마일린 택시를 발견. 튤립 스파로 이동했다. 오늘 너무 많이 걸었다. 위도 14도의 베트남 뙤약볕에서.
튤립 스파 사장님께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말이 안 돼서 참았다.
오늘은 많이 (?) 걸었으니 발 마사지를 받기로 했다.
오늘은 60분만 받기로 하고 어제 받았던 3인 룸으로 이동. 어제 받았던 full body 가 좋긴 했으나 자고 일어났더니 목 부분이 좀 아프다. 역시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해 주셨다는 증거라고 좋게 생각하고 오늘은 고생한 발만 받기로.
잘 한다 이 집. 내일 또 오기로 하고 사장님과 인사를 나눈 후 택시로 숙소에 도착했다. 구글 타임라인을 보니 이때 시간이 5:23이었는데 숙소 앞 vin mart+에 들러서 주전부리할 것 고르고 있는데 요란한 소리가 들리며 밖이 번쩍인다. 5시가 넘으면 어김없이 비가 오는데 이번엔 폭우다. 번개를 동반한 폭우. 번개가 발생된 거리를 계산하면 빛과 소리의 간격이 10초 이내로 3,400m가량 떨어져 있어서 일단 안심을 하고 마트 앞에서 비가 좀 잦아들기를 기다려 보는데 어림없다. 바로길 건너가 숙소인데 맞고 갈 엄두가 안 난다. 괜찮다 이 또한 여행의 묘미 아니겠는가. 이럴 때를 대비하여 한국에서 공수해 간 우비를 써야 할 타임.
신난다.
오늘 저녁은 강제 다이어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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